지구 끝날의 요리사. 요나스 요나손
지구 끝날의 요리사. 요나스 요나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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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걱정이 많아질 때 가벼운 북유럽 작가들의 소설을 찾아 읽곤 한다. 요나스 요나손(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프레드릭 배크만(오베라는 남자), 아르토 파실린나(기발한 자살여행). 이 세 분 작가의 소설들은 유쾌하고 정겹고 따뜻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의 (위너)와 이 책이 새로 출간된 걸 이제야 알았다. 전작들 만큼이나 책읽는 시간이 즐겁길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유쾌하게 전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에 폭 빠져 들었으나 여전히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알레코, 앙네스 에클룬드, 요한 뢰벤훌트, 페트라 로클룬드, 헤르베르트 폰 콜. 일단 다섯명의 이름만 써놓고도 또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 외에도 어마어마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러시아 역대 대통령들과 버락 오바마, 트럼프, 심지어 반기문 총장까지. 인물의 수만 좀 줄어들어도 훨씬더 가독성이 좋아질텐데 라고 생각하며 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문득 반기문 총장은 이 소설을 읽었을까? 궁금해졌다.
소설은 삶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구 종말을 계산하는 한 여자와 바보천치라고 무시당했던 요리 천재와 무료한 노년을 인터넷과 사업을 하면서도 따분해하던 할머니가 의기투합했다.
종말의 시간을 알고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똑똑하고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인가? 요한처럼 그저 아는 지식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늙어가는 것이 서글프지만 70대의 삶도 참 멋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물 한명한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각각 다르면서도 같다.
p. 384
"그렇다면 기회가 있을 때 삶을 온전히 즐길 필요가 있었다. .... 알고보니 삶이 바로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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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도 나에게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출근하기가 싫어서 한숨을 내쉬고 돌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입안으로 욕지거리를 삼키고 나와 의견이 다른 동료의 화풀이에 심장벌렁대다가 피로를 머금고 퇴근해서 드러누웠다. 몇번을 웃을수 있었고 몇번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될수도 있었을 그 수많은 시간들.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내 삶의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요한처럼 앙네스처럼 알레코처럼 페트라처럼 무심히 대수롭지않게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