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 후로 수영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매번 추첨에서 미끄러지고 있다. 작년처럼 새벽수영은 엄두가 안나고 저녁7시 강습을 계속 신청하고 있는데 바늘구멍 뚫기만큼 경쟁률이 세다.
오늘은 비가 와서 런닝을 할수도 없어서 큰 결심으로 자유수영을 다녀왔다.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낯선 출입구와 샤워실, 50미터나 되는 긴 레인이 위압감을 주었다. 소심해진 나는 기초반 자유수영레인에서 슬렁슬렁 연습을 시작했다. 수위조절판이 있어 80센티미터 깊이 밖에 되지 않는다. 더 깊은 곳으로 가볼까하다가 잘 할수 있을지 위축되는 마음에 그냥 수심이 낮은 레인에서 연습했다.
분명 지난 겨울 자유형 호흡이 완성된 것은 아니나 희망이 보이게 호흡이 수월했고 배영과 평영은 그런대로 잘 했었는데 이런..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배영은 물에 뜨긴 하지만 팔을 휘저으면 가라앉고 자유형은 호흡을 하려는 순간 물을 먹고 있다. 평영은 수심이 낮으니 발을 쫙쫙 펴기가 애매해서 힘차게 다리를 뻗지 못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빠르고 멋있는 수영이 아니다. 그냥 헐떡이지 않고 유유히 편안하게 끝과 끝을 오가며 즐겁게 수영하는 것이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며칠전 문득 들었던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내가 그동안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알았다. 나는 그동안 나의 삶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항상 많은 일에 관심이 많았고 해보고 싶어했지만 그중 하나도 잘 하게 된 것이 없다.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기웃기웃하다 그냥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피아노도 기타도 풍물도 가구 제작, 재봉 등등 도전한 취미는 얼마나 많은지..그런데 하나도 잘 하지 못한다. 노력하지 않았고 금방 포기했다. 그런 일들은 나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
그나마 그 중에서 치열하게 포기하지 않았던 대입시험, 임용고시 딱 2개만 결실을 얻었다.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뭔가 성공하려는 길을 가려면 좀 더 다른 차원의 노력과 치열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목표지점을 명확하게 세우고 그 곳에 도달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 도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궁리하는 습관이 들여질 때 나는 비로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수영도 달리기도 그렇다. 지금 내 맘은 또다시 수영을 꼭 해야하나 물에 뜨기만 하면 되었지. 호흡 안되는 자유형은 포기하고 배영이나 열심히 하지 뭐. 이런 생각으로 비틀거린다. 달리기도 꼭 마라톤을 나가야되나. 땀나게 뛰고 맥주한잔 마시면 행복한 걸 뭐. 그렇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 조금더 나아지고 싶고 그렇다면 멈추면 안된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걸 알았다. 너무 늦었다 싶지만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