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나이로 50이 되었다. 막상 오십을 마주하고 보니 지난 나의 삶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허술하게 살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딱히 이룬 것도 없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다지만 나는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는데서 이유를 찾았다. 나는 매일 열심히 살았고 허덕였지만 정말 치열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모든 성취는 극한에 다다르는 치열함과 꾸준함이 있지 않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보니 정말 헉소리 나게 노력하고 꾸준하게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여기 이런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젊은 시절 대학생이면 이런 소설은 읽어줘야지 하며 끼고 다녔던 하루키의 소설들. 젊은 시절 좋아했던 소설가 하루키는 마라토너이다. 매년 꾸준히 마라톤대회와 철인삼종 경기에 도전하고 매일매일 달린다. 요즘 달리기에 취미를 붙여 런데이 어플을 이용해 달리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5킬로미터 30분을 허덕이며 달려내는 런닝 초보이기에 42.195킬로미터를 달려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안다. 소설만 쓰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풀어내지 않는 하루키가 자신의 취미와 운동에 대한 에세이를 써 낸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 책이라고 번역자는 이 책의 가치를 높였다.
이 책에서는 달리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하는 하루키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인생의 큰 가치나 무릎을 탁! 치게하는 그런 큰 울림이 있는 내용이 아니다.
p.19. 계속 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 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p.57 나는 가령, 무슨 일이든 뭔가를 시작하면 그 일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정을 못찾는 성격이다.
에세이 곳곳에서 끈질긴 목적의식과 도전, 노력에 대한 하루키의 생활모습이 드러난다. 소설가의 재능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그 재능을 살려내기 위해 생활의 순간들을 다른 노력으로 채워가는 하루키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하루키의 멋진 소설의 이면에는 매일매일 헉헉거리며 달려나가는 하루키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빛나는 사람들은 모두들 이랬다. 이런 진리를 이제야 알게되다니 아니 이제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나도 언젠간 42.195km를 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남은 인생을 움츠리지 않고 도전하며 내 나름의 빛을 찾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