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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 김혼비

오늘만산다! 2023. 8. 16. 22:48


내 마음이 그랬나보다. 숨쉬기 힘들게 헉헉대며 살아서 더이상 버티는 게 힘들다 싶었을 그 때. 나의 모든 동료들도 그랬나보다. 그 모든 축적되어 있던 마음속 응어리들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다간 죽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혼비의 새 책이 나왔다길래 기다리고 기대하며 읽은 책이다. (전국축제자랑).(아무튼 술),(다정소감)등등의 책이 굉장히 고지식하고 유머감각없이 진지한 내게 책을 읽다가 폭소를 토해내는 즐거움을 주었기에 이런 나의 우울함을 조금 달랠수 있을까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휴가기간 내내 지속되는 우울함은 이 책 한권으로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배로서의 책임감. 방관자로서의 부끄러움. 용기없는 겁쟁이였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했기에 이 책속의 내용에서 분명 밝고 즐거운 부분이 있었겠으나 나는 오히려 어둡고 침잠하여 가라앉은 내 마음을 다독이는 문장만을 골라 새겨 읽었던 듯하다.

p.30. 더위 속에서는 수평자세로 누워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렇게 애써 쉬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여러 일들이 사람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살수록 실감합니다.

p. 66. 긴 시간동안 서서히 번아웃에 이른것처럼 동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데에는 서서하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일과 전혀 관련없는 새로운 취미 생활을 하기. 일단 이것들 부터 잘 지켜볼까 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누워있었고 참 오랫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잘 먹고 멍한 상태로 우울함을 받아들이고 운동만 했다.

p. 97 (슬픔의 위안) 중에서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나무들까지도 알고 있네
                   -앤 섹스턴, (애도)중-
나무들은 정말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모든 나무들이 모든 죽음에 대해서요. 산마다 길마다 슬픔이 잔뜩 스민 나무들이 이렇게나 많은 계절이었던가요.

보신각 앞에서 마주한 큰 플라타너스 나무를 집회를 기다리며 바라보았다. 정말 그 아름드리 나무가 나와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거리에서 긴 역사속에서 플라타너스 너는 얼마나 많은 죽음을 알게 되었던가? 그 수많은 죽음들 중에서 우리가 말하는 죽음도 꼭 함께 슬퍼해주렴.

이 모든 일들이 제자리를 잡고 났을때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지금은 김혼비의 유머를 맑게 웃으며 받아들이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