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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요구를 즉각 반영하라-6차 집회

오늘만산다! 2023. 8. 28. 22:03

집회현장에서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이번에는 사진찍을 틈이 없었다. 거실에서 인증샷!

교사가 되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나는 왜 이 직업을 택했는지 후회막급이다. 세상의 그 수 많은 직업중에 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 직업을 선택했을까?

우선은 수월하게 빨리 돈을 벌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나친 경쟁을 하지 않고 교대를 나오면 큰 어려움 없이 임용이 되고 취직이 된다는 매력이 있었다. 물론 임용고시 공부를 해야 했지만 2:1도 안되는 경쟁률이야 뭐 다른 직종에 비하면 하찮은 수치다.

또 다른 이유는 고등학교때 진로를 선택해야 할때 여러 직업을 알지 못했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무던히 성실하게 공부는 하긴 했는데 서울명문대를 갈 실력까지는 아니었고 내가 살아온 세상속에서 가장 멋있었던 사람의 직업은 선생님이었다. 내 주변에 멋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그 중에 선생님이 제일 좋았다. 내 주변에 어떤 멋진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었거나 또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매체를 통해서라도 덕질할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마지막으로 주변 모두가 안정적인 안전한 직업이라고 여자 직업으로는 괜찮다고 잘 선택했다고 했다. 막상 직장일을 시작했을때에도 위기가 닥친 일은  없었고 아이들은 예뻤다. 피곤하긴 해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보람있었고 작고 소중한 월급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가끔 속상한 일들이 있기도 하고 불합리한 일들을 보며 분노하기도 했으나 이 직장이 날 위협한다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불안해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교사라는 직업은 정말 불안전하다. 안전장치 없는 로프를 타고 건물 외벽에 매달려있는 건설노동자 만큼이나 위험하다. 이건 취업사기가 아닌가?

현장체험학습을 교사가 인솔하는데 인솔과정에서의 사고의 책임은 모두 교사에게 있다. 그 누구도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으며 각종 소송비와 치료비까지도 인솔자 교사의 몫이란다. 체험학습을 지시한 교육청도 학교장도 어떤 책임을 지지 않고 담임교사 한명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그동안 있어왔던 대기업과 하청 노동자와의 싸움과 다를바 없다.

후회해봤자 곱씹어 보았자 선택의 순간은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왔다.

집회 중 한 선생님의 발언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있다. 도대체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하지 않았길래 이런 위험부담을 껴안고 약을 먹어가며 욕을 먹어가며 하루하루 버텨내야 하는 것인가 싶다.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기에 조금 더 용감해져도 되겠다. 조금 더 안된다고 말해도 되겠다. 싫다고 말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