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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오늘만산다! 2023. 9. 20. 20:58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하는 경제학자이다. 평산책방에서 책콘서트를 하시는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되고 문대통령님께서 추천하신 책이어서 읽게 되었다. 요즘 계속 진행되고 있는 교사들의 요구와 교육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이 책으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학교에 만연한 어려움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연대뿐인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개인의 시간과 공간에 갇혀 살았고 옆에 있는 동료를 옆 교실을 살피지 못했다. 힘을 모으고 생각을 나누고 고민을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을 아주아주 잊고 살아왔다. 그 십여년의 결과. '함께'라는 말, '연대'라는 말을 무시하고 잊었던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라 생각이 든다. 살려면 뭉쳐야 하고 뜻을 모아야하고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연대가 답이다.

저자는 일터에서의 여러 죽음들, 노동권에 대해, 세계화와 경제, 권력에 대해, 코로나시대의 불평등과 경제학자에 대한 비판, 그리고 사소한 개인적 에세이들로 이 책을 채웠다. 여러 노동 현장의 어려움과 불평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였고 정치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약한 노동자에게 힘을 휘두르는지 알려주고 있다. 이를 통해 나는 지적 노동자라는 허울을 둘러쓰고 이런 불평등과 불합리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무신경하게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아직도 교사가 노동자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먼저 내 동료인 교사들도 그렇다.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동자와 노동이 미천하고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이렇게 노동을 가치없게 인식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 수많은 산업노동자가 죽어가도 무심히 흘려듣고 코로나 방역은 잘 해내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는데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가 코로나 3년을 잘 버티게 해준 일등공신이 바로 택배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의 가치는 저렴하다.

P. 72. 어느 일등 대학은 노동자 파업으로 도서관의 난방이 중지되자 학생의 학습권을 주장했다. 일등 학생의 학습은 신성한 권리가 되고, 평범한 노동의 권리는 사회의 거추장스러운 부속물이 된다.

현재 교실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의 권리관계를 빗대어 보게 되는 씁쓸한 문장이다. 학생의 학습권은 중요하고 교사의 노동권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함께 어깨걸고 걸어가는 삶.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시작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우리 교사들에게 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와 방향을 가르쳐야 하는지도 제시해준다. 참 좋은 사람이 쓴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