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진심인데는 나도 빠지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하다 느꼈고 먹어도 먹어도 허기졌다. 무엇이든 맛있었고 체한다는게 뭔지 한번도 체해보지 않고 무엇이든 소화시키는 건강한 위장을 지녔다.
자주 찾아오는 불안의 이유가 현실의 즐거움을 잊고 오지도 않을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 현재 지금 바로 내가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이 두 권의 책. 요즘 사는 맛이다.
요즘 참 사는 맛이 없다. 뭘해도 맛이 없고 재미도 없고 웃을수도 없다. 이 두권의 책으로 어릴적 행복했던 먹는 즐거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요즘 사는 맛 1)은 약간 날것의 느낌이 나고 (요즘 사는 맛 2) 는 좀더 정선된 느낌이 난다.
둘다 나름의 특징이 있어 읽는 재미가 다르다.
첫번째 책은 정말 그 음식을 먹으러 그 곳에 가고싶어지고 두번째 책은 먹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지난 여름 여의도로 집회를 가면서 점심을 여의도 근처에서 먹게 되었는데 여기 저기 다녀보다가 우연치 않게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평양냉면은 국물이 속을 뻥 뚫어줄 것처럼 시원하고 오래 생각나는 맛이었다. 더불어 함께 주문한 수육까지 정말 별미였다. 다시금 여의도를 가게 된다면 그 냉면집을 꼭 가보겠노라 벼르고 있다. 핫펠트님의 평양냉면 먹는 법에 대한 서술은 더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1권 p.299. "하하하, 내가 맛있게 먹는 방법 알려줄게요." 그녀는 겨자를 손에 들었다. '어? 평양냉면을 식초, 겨자 안뿌리고 먹는거 아닌가?'하고 갸우뚱 하던 찰나, 반찬으로 나온 무절임 위에 겨자를 한바퀴 둘렀다. 식초도 조금 둘러 무에 맛이 배어나게 잘 섞었다. "이걸 면이랑 같이 먹어요. 육수에는 넣지 말구요." 오오 육수 맛을 해치지 않고 식초, 겨자 맛을 추가할 수 있다니. 신박했다. 톡쏘는 맛이 추가된 무와 면발을 함께 먹으니 질리지가 않았고 육수는 개운했다. 겨자 넣은 무는 제육과도 만두와도 잘 어울렸다.
언젠가 꼭 이렇게 평양냉면을 먹어보리라 다짐한다.
2권 p.60 좋은 순간을 살면 좋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 인생은 너무 많은 날들로 이루어져 있어(정확히는 그렇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에 많은 것을 걸지 않는다. 이 멋진 날씨는 이 좋은 하루는 내일 혹은 모레 그게 아니라도 언젠가 다시 올 것만 같다. 그래서 오늘을 덜 살고 남겨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다른 오늘이 또 있을테니까.
맛있는 것을 챙겨 먹으면서 좋은 순간을 살고 또 좋은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