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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과 추억

오늘만산다! 2023. 12. 21. 20:39

작년 아이 5학년때 크리스마스

아이를 다 키워본 엄마들은 공감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산타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였는지 모든 엄마들이 에세이 한편은 너끈히 쓸 수 있는 추억을 갖고 있다.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포실이는 이미 산타의 존재에 대해 알아버렸지만 아예 대놓고 엄마산타라 칭하며 선물에 대해 몇주째 이야기하곤 했다. 조카들 선물사러 가는 길에 들른 마트, 자신이 원하는 선물코너 앞에서 계속 맴돌더니 자신의 용돈 반과 엄마의 마음 반을 더해 결국 버즈 프로2를 손에 넣었다. "엄마 사랑해요. 효도할게요. 뽀뽀"를 연발하는데 마음 한켠이 쓸쓸하다.


오늘 아침도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아이 등교준비로 바빴다. 오늘 학급에서 음식만들기 파티를 한다면서 자신이 속한 모둠은 마라탕을 만들거라 했다. 이틀전에 급히 마라탕 재료를 준비하고 오늘아침에는 그 준비물들을 비닐팩과 밀폐용기에 포장하고 꿔바로우를 데우고 혹시 필요할 여분의 물품을 챙기느라 정신없었다. 사실 이런 정성의 시간에 대해 더 고마워해주었으면 하는데 아이는 그것보다는 좋은 선물 한번에 엄마를 껴안는다. 사랑한다고 껴안아주고 뽀뽀해주는게 어디냐 사춘기 아이들을 둔 친구들이 하는 말이지만 그래도 조금 서운하긴 하다.

한참 아이를 키울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다. 무척이나 가난했고 해줄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아주 작고 값싼 장난감에도 아이는 기뻐했고 산타가 다녀갔다는 인증샷과 잠들고 나서 살짝 트리 밑에 선물을 가져다 주는 기쁨에 행복했다. 어떤 해에는 아이가 바라던 장난감이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에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파트 단지 밖에서 추운데 오돌오돌 떨면서 택배아저씨를 기다렸던 적도 있다. 아이가 산타가 주신 선물인줄 알아야 했기에 아이 몰래 받아서 가지고 들어가 포장해야 했다. 어느 해에는 아이가 물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는 이 그림이 있는 선물 포장을 좋아하시나봐. 계속 이 포장지로 선물을 해주셔." 라고 말해서 등골이 서늘해진 적도 있었다. 어느 해에는 아이는 닌텐도를 계속 선물로 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없는 형편에 닌텐도를 사줄수는 없어서 "오케이 구글"을 외치는 구글 미니를 포장해서 선물로 놓았더니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던 해도 있었다. 또 어느 해였던가 닌텐도 게임칩을 바라는게 있다고 산타할부지께 기도하길래 그 게임칩을 퇴근해서 부랴부랴 사러갔는데 년말 무척 바쁜 때라 정신없이 구입하고 영수증을 떼지 않고 포장을 해버렸다. 아이가 크리스마스 날 선물을 열어보더니 " 엄마, 산타할아버지 우리 동네 사시나봐. 이마트 00점에서 이 선물을 보내주셨어." 했다.

산타 선물 장난감 로보트를 받고 활짝 웃는 아이


그러던 순진무구했던 아이는 벌써 자라서 산타가 엄마아빠였다는 걸 알았고 이제 더이상 착한일을 하지 않아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앞으로 더이상 산타를 믿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일도 없겠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긴 인생의 여정에서 힘들때마다 산타같은 기쁨을 주는 어떤 존재 하나 가슴에 묻어 두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