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원데이 유화 클래스에 다녀왔다. 중학교 입학하기 전 여유롭게 그림 스케치하는 법이라도 배워보라고 클래스 신청을 해 보았다. 3시간을 꼬박 앉아서 그려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럴줄 알았다.
아이에게 "이거 한번 배워볼래?"라고 물으면 일단 "음. 좀 생각해보고. 별로일것 같은데?"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나는 "일단 한번만 다녀와봐."라고 말한다. 툴툴거리면서도 다녀오고 나서 아이는 "괜찮은데? 더 다녀볼까?" 그런다. 그렇게 축구도 8년째 피아노도 5년째 다니고 있다. 축구는 그렇다치더라도 피아노는 싫다고 할만도 한데 지겹다는 말 없이 꾸준히 다닌다. 신기한 일이다. 겉으로는 수더분하고 수용적이지만 나름 성취욕도 있고 자존심도 센 아이일지도 모른다.
호응이 괜찮길래 정기수업 10회를 끊었다. 중입전 방학특강의 개념으로 스케치와 미술 기본에 대해 배울수 있다고 하셨다. 1회 2시간씩 12주에 걸쳐 진행되며 35만원이다.
중학교 입학하고 나면 다른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취미로 마음 어지러울 때 자신을 돌아보거나 머리 쉬어가는 시간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한다.
방학에 그림을 시켜보려고 주변을 여기저기 찾아보았는데 예비 중학생이 갈 만한 미술학원이 마땅치 않았다. 소란스러우리라 추측되는 아동미술학원을 보내기도 입시전문 미술학원도 곤란했다. 그래서 아파트 옆단지의 성인미술취미화실에 연락을 해보았더니 한번 원데이클래스를 하며 보자고 하셨다.
성인 여자분들이 많았고 나이드신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그림 실력이 훌륭하셨다고 한다. 멍멍이도 한마리 있고 이 화실에 오래 다닌 또래 중1학생도 만났다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고즈넉하게 진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오롯이 그림에 집중하는 듯한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아이는 언덕위의 강아지 한마리를 그렸다. 마치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배추와 보리와 이슬이가 우리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어서 마음이 울컥한다. 또 그런다.
이제 국영수 달려야 할 때라고 뭐하고 있는 거냐고 주변에서 우려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공부할 날이 많으니까 여유있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을 더 많이 경험했으면 한다. 당분간은 음미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