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이라는 추천이 있어서 책을 펼쳤다. 누군가의 인생책이라면 읽을만한 가치와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예상외로 큰 감동이나 여운이 없다. 계절의 건조함이 나의 독서생활에도 영향을 주나 보다.
모모와 로자아주머니의 이야기이다. 창녀의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아이돌보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로자아줌마가 모모도 돌보고 있다. 로자아주머니가 나이가 들어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모모가 겪는 슬픔과 방황을 그려놓았다.
P. 173. 그날은 그녀가 정신이 맑아져서 장례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그녀는 종교의식에 따라 묻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이제 신이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러 올 필요는 없다고 아줌마는 말했다. ..... 완벽하게 죽고 싶다고. 죽은 다음에 또 가야할 길이 남은 그런 죽음이 아닌.
삶이 무던히도 힘들었던 로자아줌마는 죽음 그 자체로 삶의 끝이었으면 했다. 신도 사후세계도 더이상 원하지 않았다. '완벽한 죽음'이라는 말에서 아줌마의 고단함이 느껴져 쓸쓸하고 슬펐다. 더이상 생에 대한 바라는 것이 없는 상태에 이르러야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던 50년 전에는 노인문제가 이렇게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던 때이다. 지금이야 로자아줌마가 노후에 겪게되는 일들이 흔한 일이어서 무덤덤하게 소설을 읽게 되지만 작품이 발표되었던 당시에는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듯 하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작품을 읽으면서 모모와 함께하기 보다는 로자아줌마의 마음으로 한장 한장 넘겼다. 누구에게나 (자기 앞의 생)이 있다. 어떤 일도 일어나는게 삶이고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나갈 뿐. 서평에서 언급한 사랑의 소중함에 대한 거창한 주제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