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기억을 떠올려보니 정확히는 23년만에 다시 찾은 제주이다. 주말에 잠깐이라도 다녀오는 가깝다는 제주를 이십대 이후 못가다가 오십이 되어서야 다시 찾는다.
병원을 나서면서 거의 즉흥적으로 제주에 가야겠다 결정하고 사진상 그럴듯해 보이는 호텔을 예약했다. 협재에 있는 호텔 아길라.
수영장 너머로 비양도와 협재바다가 보이고 노을이 예쁘다.
(실제는 이 사진과 살짝 다르다. 비가 오는 날에 묵어서 노을을 볼 수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제주로렌트카에서 경차 모닝을 빌렸다. 경차를 타보니 생각보다 내부도 넓고 쾌적했다. 큰사이즈 캐리어가 트렁크에 실리지 않아 뒷자석에 넣어야 하는게 아쉬운 점이었다.
아침에 살짝 비가 그쳐 흐린 날이다. 금오름을 아이와 함께 올랐다. 몸이 편치 않으니 한라산 등반은 못하지만 한라산 분화구와 비슷하게 생긴 금오름이라도 다녀와서 다행이다. 금오름정상에는 나비천국이다. 온갖 색색의 나비가 날아다니는데 아이가 나비를 무서워한다. 게속 소리를 지르며 나비를 피해다니고 내 뒤로 숨는 덩치큰 중1 녀석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언제 클라니?
오후에는 한림공원 산책. 여러 식물들로 공원을 잘 꾸며놓았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공원을 제주에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고 대단하다 느껴진다. 산책중 나와 비슷한 돌하루방을 만났다. 한쪽어깨를 비스듬이 올리고 구부정하게 있는 돌하루방이 목디스크로 어정쩡하게 걷는 내 모습과 비슷해보인다. 한림공원 내부에 협재굴이 있는데 시원하고 으스스해서 아이는 이곳을 좋아했다. 더운데 걸어다녀야 하니 귀찮겠지. 제주까지 와서 휴대폰만 보려고 하는 사춘기 아들이 아쉽기만 하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협재해변 산책만 하고 아이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야구카드 수집하는 투어를 하며 슬렁슬렁 시간을 보냈다. 루프탑수영장에서 수영도 잠깐 해보았지만 추워서 몸만 담그고 나왔다. 뭐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은 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