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비가 내린다.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중에 하늘엔 구름이 가득이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 한라산은 어디에 있어?" 운전하는 중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잠깐 걷힌 운무사이로 거대한 능선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저기 구름에 가려 살짝 보이는게 한라산 같은데?" 제주에 와서 한라산을 못보다니...
세번째 숙소는 중문근처의 게스트하우스이다. 이런 숙소도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예약했는데 평일이라 여행객은 거의 없고 대학생처럼 보이는 청년 1명과 우리 뿐이다. 그 전에 묵었던 곳의 시설에 비해 현저하게 허름한 숙소를 보며 아이는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나 어릴때 가족모두 이런 집에서 옹기종기 부대끼며 살았는데 그런 얘기는 아이에게 들리지 않나보다. 옛날을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과분하게 풍요롭다. 나도 침대매트리스가 불편해서일까 다시 허리와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큰 가계경제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한 좋은 호텔에서 쉬어야할 것 같다. 비용아끼려다 병원비가 더 나갈것 같은 느낌이다.
정방폭포, 이중섭 거리, 외돌개, 대포 주상절리, 색달해변 더클리프, 연돈을 2박 3일에 걸쳐 둘러보았다. 제주도에 있는 PC방에도 가보고 싶다고 하여 중문초등학교 근처 피씨방도 가고 그 근처 미용실에도 들러보았다. 아이의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눈을 한참을 가린다. 미용실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면서 사춘기 아이들이 왜 이렇게 앞머리를 내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사장님 말씀 "얘네들도 보고 싶지 않은게 너무 많은가부지." 하신다. 그렇다. 나만 어른들만 보고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게 아니다. 아이들도 그러하다. 사춘기 아이의 삶도 그리 녹록치는 않은 것이다.
흐린 날인데도 색달해변에는 서퍼들로 북적인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기회를 잘 잡아 파도위를 가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부럽다.
아침 10시에 연돈돈까스 대기표 뽑고 3시 30분에 가서 돈까스를 겨우 맛본다. 이렇게 기다려서 먹을만한 돈까스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