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가 구비구비 이어지던 시간들이었다.
그만 두어야 겠다고 몇번을 마음먹었고 지속되는 두통으로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수영가방을 챙겨 집에서 5시 20분에 나서면 5시 40분에 수영장에 도착한다. 샤워하고 옷갈아입고 수영장에 들어서면 6시.
발차기 한바퀴, 자유형 팔돌리기 2바퀴, 배영 2바퀴, 또 새로이 배워야하는 기술들 몇가지를 연습하다 보면 한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9월 초까지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물에 대한 공포로 몸이 경직되서일까 숨을 잘 못쉬는 터라 과호흡이 오는 걸까 아니면 내 몸이 수영과 맞지 않는 걸까? 두통이 너무 심해서 25미터 끝까지 한번만 가도 어지럽고 고통스러웠다. 급기야 추석연휴 하루 전에는 수영강습 중 호흡이 어려워지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았고 겨우 어찌어찌 운전을 해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토하고 집에 와서 쓰러져 버렸다. 출근은 해야 해서 없는 정신에 겨우 일어나 직장에 도착했으나 직장에서도 쓰러져 있다시피 했다. 옆 동료가 와서 보더니 체한거 같다고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를 세게 누르라했다. 두통약과 소화제를 먹고 겨우 버티다 더 견디지 못하고 조퇴했다.
추석 명절에 이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은 위험하다며 두통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간과하면 안된다며 수영을 그만둘 것을 충고하였다. 가족들의 걱정에 나도 그만두리라 결심했다. 가족력이 있다면 나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추석연휴를 잘 쉬고 돌아오니 또 몸의 힘이 넘쳐서 수영강습비가 아까우니 9월말까지는 다녀보자 마음을 바꾸었다. 당장 그만두리라 맘먹은게 언제라고..
(수영 두통이 사라진 첫날 기념사진^^)
두통을 없애기 위해 했던 방법 몇가지는
먼저 수영 출발전에 간단하게 빵이나 떡이라도 조금 먹고 출발했다. 빈속이 더 구토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수영복을 입을때 정성을 들였다. 수영복 어깨끈이 등근육을 조여서 더 경직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 5부 수영복 전체가 몸에 조이지 않게 들어맞도록 전신의 곳곳을 확인하고 점검했다.
수영준비운동을 하기전에 미리 유아용 풀에 들어가 걷거나 배영으로 떠서 차가운 물에 적응하고 긴장을 풀어 주었다.
발차기 할때 내 경우는 발차기를 하며 숨을 쉰다고 앞으로 고개를 들면 등뒤의 근육이 수축되어 더 머리가 아픈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차기 연습하는 동안은 머리를 정면으로 들지 않고 자유형 호흡하듯 옆으로 들어 긴장하지 않도록 해보았다.
위의 네가지 방법중 뭐가 맞아떨어졌는지 아니면 수영장 물에 익숙해진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신기하게도 두통이 사라졌다. 야호!
두통이 사라지니 수영장 가는 길이 부담스럽지 않고 더 열심히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중간에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을 쉬었음에도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아서 또 어렵지 않게 초급반을 함께 해나갈 수 있어 행복하다.
무언가 도전하고 작은 일에도 성취를 해 내는 순간의 기쁨을 잊고 지냈는데 두통을 극복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여전히 초급반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더디게 배우는 학생이며 초급반 줄의 마지막에 서서 연습하지만 그래도 이제 배영을 느리게 나마 할 줄 안다. 자유형은 계속 꼬르륵 가라앉으며 물을 한바가지씩 먹어치우고 있지만 다음 10월 수영강습에서는 꼭 자유형도 마스터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수영초급 #수영 두통 #수영 두통 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