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함께 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오래 해온 탓에 어린이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직업에 대한 권태와 곤란으로 언젠가 다가올 퇴직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가끔 모두가 내게 참으로 함부로 한다고 느끼는 순간들, 사소한 일에 항의하고 참 쉽게 말을 건네는 그 순간들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열정을 뿜어내는 우리에게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지는 하루하루였다.
보람과 뿌듯함은 없고 한없이 내가 무얼 잘못한 것은 없는지 자기 반성을 해야하는 일이라면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나날들이었다.
이 책은 이런 나에게 다시 어린이의 세계에 들어가보고 싶어지게끔 희망과 기대를 준다.
112쪽의 (마음속의 선생님)편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나를 인정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서이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 있다고, 그래도 어린이들에게 당신들은 참 대단한 존재라고, 그래도 어른이니 좀 더 버티며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보고 자라날 수 있도록 인내해 달라고 조용히 격려해 준다. 그동안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있었던 어린이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책의 에피소드들처럼 어린이를 기다려주는 어른. 배운다는 것의 기쁨을 알려주는 어른.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주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멋져보이려고 부자가 되려고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스물넷의 첫마음을 희미해지긴 했지만 떠올려본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나도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올해도 잘할수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