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감기로 힘들다. 아들녀석이 먼저 시작했고 가벼운 목감기로 끝났는데 나는 오래 가고 있다. 아들을 바라보면 십대의 회복력은 진심으로 놀랍다.
콧물도 나고 기침도 나고 목소리도 잠기고 기운도 없다. 며칠전에는 코로나 앓을 때처럼 목이 찢어지게 아파서 새벽에 급기야 구급상자를 열어 약을 찾아 삼켰다. 무슨 배짱인지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약을 먹지도 병원을 찾지도 않는데 엥간히(전라도 사투리) 아팠나 보다 싶다.
돌아보면 3월에 항상 골골댔던 것 같다. 학기시작 3월과 종업식 직전 12월말에 항상 감기를 달고 살았다. 꽃샘추위와 함께 신학기의 분주함을 몸이 감당하지 못했고 학기말 체력의 고갈과 추위 시작으로 또 감기와 함께 한해를 마무리했다.
오늘 여전히 기침을 하며 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니 '3월 한달 참 바쁘게 살았나 보네.' 갸륵하게 여겨진다. 점심즈음엔 지쳐서 살아야겠다 싶어 스스로 죽을 주문해서 먹었고 조퇴도 신청했다.
아들에게 연락해서 엄마가 너무 아프니 조퇴해야 한다고 같이 집에 들어가자 했더니 싫은 내색을 비친다. 저 나름 친구들과 더 놀다 가고 싶은가 보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아프다는데 걱정하고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자기 스케줄이 있다며 조퇴를 막는 이 막되먹은 아들녀석을 내가 애지중지 키워야 하나 화가 치밀어 오른다. 분노를 삭이며 조퇴 신청을 취소하고 정시 퇴근했다. 문자로 서운함을 전했더니 죄송하다곤 하는데 이미 내 마음은 다쳤다.
식물은 자신의 씨앗을 되도록 멀리멀리 퍼뜨리려고 한다 했다. 자신의 뿌리 근처에 떨어지면 자신의 그늘 아래서 햇빛을 받지 못하고 잘 자라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씨앗이 멀리 양지바른 곳에 떨어지도록 안간힘을 쓰며 날려보낸다. 자식도 그러하다. 내 그늘아래 머물지 못하도록 멀리 멀리 날아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도 언젠가 날아가더라도 엄마아픈건 챙겨야지.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나보다. 자식에 대한 멋진 글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옆방에서 부스럭 거리는 아들녀석이 얄밉다. 이런 일 없으려면 아프지 말아야지. 내 건강은 내가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