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 대해 뭐라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며칠전에 다 읽었으나 글쓰기를 조금 미루고 있었다. 첫장을 넘기자마자 폭 빠져들어 읽었고 읽는 내내 유쾌했지만 무척 슬펐고 또 울었다.
간만에 빨치산, 사회주의, 혁명, 동지 같은 낱말들을 읽고 생각에 잠겼다. 한 권의 소설도 독자들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감상과 감동이 달라지겠지만 나는 빨치산과 장례식장을 찾았던 이웃의 다사다난한 삶에 더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지난 겨울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이 책이 재미있다며 추천해주셨을 때 마냥 유쾌한 고향이야기인 줄 알았다. 저자는 유쾌한 문체로 썼으나 읽다보면 슬퍼서 눈물이 방울방울 흐르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연좌제에 걸려 인생을 비관하는 길수오빠, 빨치산 형을 평생 미워하는 살아가는 작은 아버지, 빨치산의 딸이라는 무게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딸. 그 모두의 삶은 빨치산 아버지의 삶과 연결되어 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화해하게 된다.
문득 그 많은 빨치산이었던 분들도 이제 거의 돌아가셨겠구나 생각한다. 한때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었던 사람들, 소소한 삶을 가꾸는 서민들의 평등을 외쳤던 사람들. 나보다는 타인과 전체를 위했던 마음속 별을 간직하고 있던 그 사람들은 이제 하늘의 별이 되었겠다.
p.68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 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고통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어쩔수없이 혁명가가 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고 지금의 우리 사회가 있다.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