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의 생신이다. 이사도 했고 새 집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이번 어머니 생신에는 우리집에서 보내자 했다.
J성향이 강한 우리 삼남매는 미리 2주전부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롯데 타워를 갈까 길상사를 갈까 번화한 곳이 좋을까 한적한 곳이 좋을까? 밥은 어디서 먹을까?
시간단위로 세세히 서로 의논하고 조정했지만 정해진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기차가 연착되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고 수서역까지 갔지만 픽업을 하지 못했다. 기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서울의 한참 복잡한 금요일 퇴근시간에 들어오시는 바람에 집으로 오시는 시간이 길어졌고 계획했던 시간에 먹으려했던 저녁은 이미 문을 닫았다. 3일 내내 비는 계속 내렸고 3일 내내 정해진 계획에 어긋나 가는 방향에 노심초사 해야 했다.
오늘 부모님은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계셨던 내내 좋으셨다고 말씀하셔서 더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러나 부모님이 가신 다음 집안 정리를 하면서 또다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냥 쉬고 지나치면 될 것을 나는 또 반성하고 후회한다.
나는 충분히 위기를 극복했고 조금더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위기를 맞닥뜨렸을때 계속 부정적인 표현이 튀어나왔다. 내가 계획했던 일정이 틀어졌을때, 사소한 실수들이 일어났을때 나는 끊임없이 "아, 되는 일이 없어~"라며 한탄했다.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 안타까움과 탄식이기도 했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알아달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준비했는데 잘 되지 않고 있어. 이해해줘. 내 마음을 알아줘라는 표현이다. 아이도 아니고 나이 오십에 이런 긍정을 바라는 나라니...
독서와 자기 성찰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나이지만 아직도 멀었다. 흔히 일어나는 일들은 순리로 받아들이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내가 그런 표현을 내뱉을수록 주변사람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연중에 튀어나온다.
억지로 긍정적인 표현을 연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 마음의 단단함은 아직 멀었다.
내가 예상한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항상 속상해한다. 안다는 것과 일상에 적용하는 것은 간격이 크다. 조금더 마음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다.
내일 다시 일상이 되풀이되지만 원하는대로 꼭 그렇게되리라 기대하지 말고 크게 상처받지도 말자. 그건 그럴수도 있는 거라 생각하고 내가 정한 목표에 집중하며 살면 그걸로 참 잘 살아낸거다.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