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수영 도전을 시작한 이래 자유형 영법 터득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심히 수영강습도 나가고 배영 평영도 무난히 배워나가는데 요 자유형은 도통 할수가 없는 것이었다.
수영장 물은 내가 죄다 마시는 것 같고 아무리 애써도 가라앉고 레인 중간에서 일어섰다.
결국 접영 단계에 들어가자 자유형을 잘 하지 못한다면 접영을 절대 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영을 잠시 접었다. 물론 이사로 동네수영장을 바꿔야 했기도 했다.
새로 등록한 동네 수영장에서 5개월만에 드!디!어! 자유형이 된다.
잘 안되는 자유형 덕에 수영을 포기하고 싶은 날이 많았다. 수영강습에 들어가면 발차기 2바퀴 후에 바로 자유형 5바퀴를 하게 된다. 이미 자유형 발차기 2바퀴로 모든 에너지는 소진하고 자유형을 할 힘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데 다섯바퀴 자유형이라니..가라앉고 물먹고 중간에 일어서고 힘든 숨 몰아쉬고 하다가 나는 이렇게 수영을 할 수 없는 것인가..자조하다가 이어지는 배영과 평영을 무난히 해내더라도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우울했다.
그런데 드디어 된다. 뭔가 특별한 점은 없었다. 초급동기들 보다 못하기 싫어 꾸준히 수영강습을 나간거 외에는 없었다. 강사님이 킥판을 놓으라하지도 않았다. 그냥 어느 순간 더이상 킥판을 잡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킥판없이 자유형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물이 무섭고 호흡은 딸려서 중간에 멈추고 물먹고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다시 킥판을 잡고 자유형 연습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가라앉거나 중간에 멈춰서도 계속 킥판없이 자유형 연습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고수의 일침으로 기사회생하게 되었다.
마라톤대회에 갔다가 함께 돌아오던 친구에게 물었다. "난 남들 어렵다는 평영은 편한데 왜 자유형은 이렇게 안되는 걸까?"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평영은 생각보다 호흡 주기가 짧아요. 혹시 자유형도 호흡주기를 더 빨리 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현명한 조언이었다. 조금 더 빠르게 팔돌리기를 했더니 발차기를 빠르게 하지 않아도 호흡이 편해지면서 리듬을 찾을 수 있었다. 타악~타악 파~//타악~ 타악 파~(왼팔 돌리고 오른팔 돌리고 호흡 파~ 소리이다.)
교대 수영실습 실패 이후 30년이 넘어가는 세월이다. 드디어 자유형 25미터를 해내고 감격해서 글을 쓴다. 그동안 자유형 물먹기의 위기를 넘지 못해 수영을 포기하고 나는 안될거라고 생각하며 살던 긴 시간들이 아쉽다.
내가 어떤 그 무엇을 이루지 못했다면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최선이라는 자기 위안이자 포장이었을 뿐 최선의 그 마지막 지점까지 몇프로 모자란 최선이었을 거다. 포기하지 않고 버틴 나를 칭찬한다.
그리고 삶의 순간순간 내 노력만으로 안되는 것들이 있다. 그럴때 나를 도와주는 누군가의 조언이나 행동으로 나는 성장한다. 이번 수영도 그랬다. 진짜 잘하고 싶어하는 나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았을 것 같다. 나를 도와주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나는 닫혀 있던 문을 열고 한걸음 나아갔다. 이런 좋은 사람들은 항상 곁에 두고 살고 싶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빽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