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의 마음상태가 심상치 않다. 우울과 불안이 가득하고 가슴속 깊은 분노가 화로 표출되어 나온다. 감정을 자제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순간 폭발해버리는 화를 주체하기 힘들다.
누군가는 갱년기 증상이라고 하며 내과에 가서 갱년기 처방을 받으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내가 바쁜일 없이 마음이 편해서 그런다고 한다. 집안일이나 대소사로 바쁠 이유 없이 큰 걱정근심 없이 살기에 시간 여유가 많으니 그럴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다른 사람들은 더 힘들게 산다며 별거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그런 조언들이 나를 더 암울하게 했다. 탈출구가 없는 방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나는 가끔 동료들의 말투가 직설적이고 과감하다고 느낀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대부분 단정적으로 확신에 차서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버린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어요."하면
"아, 그거 그래서 그런거야. 이렇게 해."라는 식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어요." 하면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속상했겠다."정도만 해 줘도 되겠다 싶은데 "니가 이러이러한게 원인이니까 이렇게 해."라고 명확히 결론내어주니 오히려 더 위축되고 나를 자책하게 된다. 나의 불안이 정말 내가 팔자가 늘어져서이구나 씁쓸하다.
더이상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 교직원공제회에서 5회 무료지원한다는 마음쉼상담신청을 했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하면 이렇게 다인이라는 회사에서 카톡으로 상담할 곳을 연결해 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신청하고 다녀왔다. 마음돌봄공간 인시아
첫째날 상담은 상담과정에 대한 안내를 듣고 간단한 상담자의 신변에 대한 자료를 작성했다. 그리고 한시간여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요즘 내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다. 원래 눈물 많은 나이지만 시작부터 눈물이 쏟아져서 계속 눈물 콧물 쏟아가며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이 슬픈 일도 아니건만 이렇게 까지 여기까지 와버린 내 자신이 불쌍하고 슬퍼서 눈물이 났다.
상담선생님은 화가 날때마다 우선 내 마음이 어떤지 생각하라고 했다. '아 내가 당황스럽구나' '아 내가 수치스럽구나' 순식간에 지나가는 아이들과의 상황속에서 이걸 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비폭력대화법의 시작이라며 해보라고 하셨다.
다음번 약속을 정하고 심리검사지를 받아들고 나왔다. 결국 내 얘기만 하고 나온건데 상담선생님의 "그동안 여기까지 오시느라 애쓰셨어요. 그동안 잘 해오셨네요."라는 말에 또 눈물이 터졌다.
내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