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상담선생님과의 대화가 마음에 남았다. 내 운동 이야기를 듣더니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는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려고 운동하시는 것 같아요."
맞다. 그랬다. 나는 나의 존재를 또는 내가 살아있음을 운동을 통해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내가 이렇게 나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라고 나는 그냥 대강 대강 살아가는 그런 하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어 운동하고 있었나보다.
무얼해도 즐겁지가 않았고 어떤 순간에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았다. "누가 매일 매일 그런 순간들을 느끼며 사느냐 사는게 다 그렇지. 쯧쯧" 누군가는 혀를 찰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마음 속에 큰 항아리 하나 있는 것 같다. 채워지지 않는 큰 항아리.
그래서 무언가를 계속 성취해야 하고 결과로 보아야 만족스럽고 기쁘다. 수영도 달리기도 그래서 죽을둥 살둥 하며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기를 쓰고 해 나가고 있다. 사실 나는 운동신경이 영 젬병이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달리기는 꼴찌였고 중고등학교때도 체육 평가로 전전긍긍했으며 대학때는 체육교육과목 덕에 졸업을 못하는 줄 알았다.
그런 내가 퇴근해서 매일 운동이라니 청소년기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일이다.
그래서 그냥 쉬어보았다. 하다못해 만보라도 채우고 홈트라도 하던 매일이었는데 이번주는 그냥 퇴근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들녀석의 흙묻은 운동화는 일주일째 방치되어 현관문옆에 굴러다니고 있고 세탁도 청소도 분리수거도 그냥 두었다. 아침 식사는 간단히 빵과 스프로 대신하고 저녁식사는 배달음식으로 대체했다.
퇴근해서 그럼 나는 무얼했나? 들어오자마자 그냥 드러누워 잤다. 잠깐 자고 깨면 7시. 가족의 식사 간단하게 배달음식으로 세팅해주고 두런두런 얘기하며 먹고 주변 정리정도만 하고 다시 드러누웠다. 책도 읽고 SNS도 본다. (요즘 사는 맛)이라는 책을 읽으며 주말에 뭘 먹을까 생각했다.
그동안 매일 하던 루틴을 하지 않아도 삶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쉬엄쉬엄 가도 되는데 너무 조바심내며 사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일년 한달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며 성취하면 기뻐하는 삶 VS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사는 삶.
무엇이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할까? 내일 계속되는 상담과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