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이어리에 올해의 목표를 정리하다가 잊고 있었던 달리기 생각이 났다.
그동안 춥다는 핑계로 수영만 간신히 다니고 있었는데 새해가 밝았으니 다시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야심차게 마라톤 대회 접수신청을 넣었다. 물론 즉흥적이었다. 1월 7일 일요일 마감인 접수신청을 1월 8일 0시 20분쯤에 맥주 몇잔에 알딸딸해진 상태로 신청서를 작성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내가 어제 뭔가 결제를 한 거 같은데..'하는 찜찜한 기분에 휴대폰 기록을 살폈더니 그 시각에 호기롭게 하프대회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송금을 해버렸다. 이미 송금했으니 무를수도 없고 10킬로미터 마라톤 대회 2회 참가의 기록으로 20킬로미터를 단숨에 완주할 수 있을까? 그냥 없는 돈인 셈치고 참가하지 않으면 안될까? 7일 자정을 넘긴 시각이니 신청했지만 신청불가로 뜨면 좋겠다. 이 모든게 술때문이야. 올해 토정비결에서 조심또조심하라고 했는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며 가?말아?를 고민하다가 까짓 달리다가 힘들면 걸어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참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참가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사람 마음이 대강 그냥 갔다오기는 싫은 것이다. 무를 뽑았으면 썰어서 먹어봐야지. 포기는 배추 셀때나 쓰는 말이고. (채소 이름은 왜 이럴때 인용되는 걸까?)
런데이 앱을 열어 맞춤형 러닝 플랜으로 하프 마라톤 준비 코스 계획을 구성해 보았다. 오늘은 그 훈련 첫날. 지속주 1시간 10분을 내 속도에 맞춰 뛰기이다. 한동안 달리기 운동을 쉬었는데 갑자기 1시간 10분을 뛸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느린 속도로 뛰니 뛸만 했다. 마지막 1시간이 넘어가는 지점에서는 무릎과 종아리 근육이 굳어가는 느낌을 받았지만 끝까지 완주했다. 이제 10킬로미터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실력은 되었나 보다.
하지만 20킬로는 나에게 무척이나 대단한 도전이다. 꼭 성공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하는 수 밖에. 결국 술이 웬수다. 올해는 좋아하는 술도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