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매해 성장앨범을 한권씩 만들었다. 아기때는 그 바쁜 육아의 시간에도 자그마한 손짓, 활짝 웃는 미소가 어쩔줄 모르도록 예뻐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했었다. 앨범한권 제작하면서도 어떤 사진을 넣어야할지 고민하고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해두해 앨범을 만들어왔는데 아이가 초3이 되던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여행도 쇼핑도 산책도 어려워지는 기간이 길어지자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일이 없게 되었다. 집에서 소소하게 찍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모인 사진이 몇장 없길래 2년치 묶어서 만들자며 미뤘다. 그렇게 보낸 코로나 3년이 지나고 아이는 사춘기가 되었다. 앗! 이제 사진찍기를 거부한다. 사진을 찍으려면 동의를 구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포실아, 엄마 사진 한장만 찍어도 될까?" 내 아들 사진도 이제 맘껏 못찍는다니 서글프다.
그렇게 초3부터 초6까지의 사진을 모아모아 겨우 한권의 성장앨범으로 만들었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그 어려웠던 시간을 잘 버텨왔구나 감사하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코로나로 가족을 잃었으며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버텨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감사하게도 무탈히 살아남았다.
또한 그 시기동안 이렇게 부쩍 커버린 아들이 어색하기도 하다. 사진으로 보니 정말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제 아이도 어른도 아닌 애매하게 못생긴 얼굴 즈음에 있다.
성장앨범은 스마일캣이라는 업체에서 근 10년동안 작업과 주문을 해왔다. 그동안의 작업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고 제작프로그램이 간단하고 쉽다. 그냥 노트북의 사진파일을 드래그해서 앨범틀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작업시간 및 배송도 빠르고 가격도 적당하다. 이번 제작에는 80매 짜리 8*8 사이즈 한권에 5만원정도였다. 사진에 문제가 있거나 수정이 필요할때는 바로 전화를 해주고 고쳐서 작업해주신다.
'조금더 늦게 자라라 더디 자라라' 생각하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서 크는게 아까웠다. 그러면서도 좋은 엄마였나 후회되고 반성되는 날들도 많았다. 주변 지인들은 "이제 중3년 고3년은 눈깜짝할사이에 지나가버려." 라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 아끼고 아끼며 소소한 행복을 새로운 성장앨범에 채워나가야 겠다. 사진을 못 찍게하는 아들 덕분에 일년에 한권 성장앨범 제작은 물건너 간 일일테고 잘해야 중학교 시절 1권, 고등학교 시절 1권 정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 안한다고 왜 그리 게으르냐고 세탁물 뒤집지 말라고 속옷 아무데나 벗어두지 말라고 잔소리 잔소리의 연속이겠지만 그래도 내사랑, 천하제일최강미남 포실이
"시작되는 중학교 시절.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래. 어떤 장면들로 중학생 성장앨범을 채워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