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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출혈로 인한 대장내시경 검사

오늘만산다! 2024. 2. 4. 20:20

처음으로 해보는 대장내시경 검사. 7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알람을 설정해두고 약을 500ml씩 마신다. 이 약이 미식거리고 만만치는 않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대로다. 첫 컵은 "우웩~" 이게 무슨 맛이람? 둘째 컵은 마지막에 토할뻔 했다. 마지막 세번째 컵은 물만 500ml마시는 건데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린다.

갑자기 예상에도 없던 대장내시경을 예약하게 되었다. 한달전쯤부터 대변의 색깔이 좀 거무튀튀하다 싶었지만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똥이라는게 노랗다가 흙색이다가 좀 어둡다가 다 그런거 아닌가? 그런데 그제 아침에는 정말 새까맣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연탄색깔과 똑같은 변을 보는 순간 공포가 일었다. 이 똥이 심상치 않은 똥이구나. 뭔가 큰일이 났구나 싶었다.  급히 '검은색 대변'으로 검색했더니 장출혈, 위궤양, 위암, 대장암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장의 어느 부분에서 출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피가 대변에 섞이면서 검은색 대변이 나오는 거라고 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달넘게 방치했는데 이걸 어쩌나. 나 위암으로 죽는거야?' 오만생각이 들면서 당장 집앞 내과를 찾아 갔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속쓰림에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시다가 검은색 변이라는 얘기에 최대한 빨리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예약을 잡으라고 하셨다. '뭐야? 진짜 나 위험한거야?'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의연하게 한아름 챙겨주시는 약을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어제부터 계속 흰쌀죽과 바나나만 먹고 오늘 저녁은 토맛이 나는 약을 마시고 있으려니 마음이 쓸쓸하다. 정말 큰 병이면 어떡하지 하는 근심걱정이 반, 그래 오십 살았으면 많이 살았는데 하는 자조적인 생각이 반이다.
하루종일 무기력해져서 책 보다 졸다 드라마보다 하며 드러누워 하루를 보냈다. 그간 건강을 자신하며 너무 많은 자극적인 나쁜 음식을 먹고 지낸건 아닌지 후회한다. 아침 빈속에 쓴 커피, 애주가라며 그동안 빈속에 마셨던 술들(특히 나는 빈속에 맥주가 짜~하고 내려갈때 그 느낌을 너무 좋아했다.) 후회된다.

생로병사의 단계중 이제 병의 단계에 들어섰구나. 나의 삶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잡념이 끊이지 않는다. 이 일이 나 자신을 더 챙기라는 알람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