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철원여행이 못내 아쉬워서 다시 다녀왔다. 철원. 내 마음 속 아름다운 고장으로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은 곳이다. 지난 12월에는 갑작스런 폭설로 호텔에 갇혀있다시피 해서 이번에는 꼭 여기저기 잘 둘러보리라 마음먹고 출발했다.
출발과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철원에 접어들 즈음에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분명 지난번 만났던 택시 기사님 말씀으로는 철원이 강원도이긴 하지만 눈이 별로 내리지 않는 고장이라고 하셨는데 어쩜 갈때마다 눈이 이렇게 내리는지 희한하다.
도착하자 점심이라 (연사랑)에 들렀다. 유명 맛집이라고 네이버 검색에 떴는데 소문만큼 무척이나 친절하셨고 눈오는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로 일부러 안내해 주셨다. 밥도 찬도 모두 맛있었고 제육과 돌미나리전을 추가했는데 맛이 좋았다.
점심식사 후 거세지는 눈발이 멈출 기미가 없어 곧바로 한탄리버스파호텔에 들러 객실 예약을 했다. 지난번엔 주차장 뷰여서 실망이 컸는데 이번에는 리버뷰가 있는지 호텔 데스크에서 물었더니 마침 하나 남은 객실이 있다 했다. 한탄리버스파호텔은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지 시설이 좋지는 않다. 객실 내부 인테리어는 무척 낡았고 지하 사우나도 동네 목욕탕 정도 느낌이다. 하지만 한탄강 뷰(그리 잘 보이지는 않는 2층 일지라도)와 왜인지 모르지만 목욕과 사우나 후 반질거리는 피부의 느낌만으로 충분이 만족스럽다. 인근에 다른 호텔이 없기도 하고.
호텔에 체크인 후 유명하다는 카페에 들렀다. 바잘트38.1 드르니매표소 입구에 있는데 현무암빵과 고추냉이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했다. 우리가 들렀을 때는 마침 고추냉이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그냥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라떼와 현무암빵,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통창으로 철원평야의 눈덮인 논이 한눈에 들어오고 1층에는 1억에 가까운 오토바이도 전시되어 있다. 커피맛은 좋았고 현무암빵은 모양은 현무암인데 속에는 찰떡이 들어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승일공원에 들렀다. 승일교는 이승만의 승과 김일성의 일을 합쳐 승일공원이라 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다리의 절반은 북한군이 절반은 남한군이 만들어 완공했다고 한다. 지금은 낡아서 승일교 옆에 새로운 다리와 도로를 놓았고 현재 공원으로 꾸며져 다리위를 산책할 수 있게 조성해 놓았다.
승일교만으로도 남북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고 옛추억에 잠길수 있었지만 승일교 뒷편으로 한탄강 주상절리에 얼어붙은 눈얼음이 오히려 더 장관이었다. 어떻게 저런 얼음 풍경이 펼쳐질 수 있는지 놀라웠다.
호텔로 돌아와 사우나와 목욕을 하고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목욕탕 시설은 별로지만 물이 좋은 듯하다. 사우나 후에 거울을 보니 얼굴과 피부가 번쩍번쩍하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저녁은 가까운 곳에 있는 치킨집 피자나라치킨공주에서 치킨과 피자를 배달해서 먹었다. 수도권에서 먼 곳이라 그런지 유명브랜드 치킨집은 없다. 전화로 주문하면 호텔로비로 배달해준다. 가성비 갑인 치킨집이다. 호텔옆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사장님도 정말 따스한 분이시다. 편의점 사장님 뵈러 다시 철원에 오고 싶어진다. 철원은 눈으로 뒤덮였어도 따뜻한 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