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마라톤 첫 도전이었다. 완주하고 메달도 받았으나 내 마음속 결론은 실패다. 15킬로를 넘어가면서 다리가 천근만근이었고 움직이질 않아 걷다 달리다를 반복했다. 마음속 목표는 2시간 30분내 기록이었는데 2시간 40분대 기록이다.
마라톤 대회 중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아무리 달려도 하프 반환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런데이에서는 10.5 킬로 안내가 나왔는데 반환점 표지가 나오지 않아 옆에 같이 뛰시는 분께 반환은 어디서 하냐고 묻기까지 했다. 주최측에서 10.5에서 반환표시를 해야 하는데 11.5에서 반환표시를 했고 결국 23킬로를 뛰어야 했다. 그래서 실제 주최측에서 알려준 내 하프 기록은 3시간이 넘는다. ㅠ.ㅠ
이제 10킬로는 무난하게 뛰는데 두배의 거리인 21킬로는 아직 무리였나보다. 16킬로가 넘어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책에서 쓴 내용중에 하루키는 자신의 달리기에 대한 자부심의 한 부분으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자신은 달리기를 하며 절대 쉬거나 멈추지 않는다고. 그 내용을 읽을때는 멋지다 생각하며 나도 그래야지 했는데 이게 절대 만만치않은 거였다. 오늘 마라톤 대회 경험으로 하루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올해 21킬로 도전을 꼭 해보리라 계획했고 이건 쉬지않고 크게 힘들지 않고 21킬로를 완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계획이다. 남은 10달 꾸준히 연습해서 숨차지 않고 다리가 무겁지 않고 하루키처럼 쉬지 않고 21킬로를 완주하는 그날이 올때까지 무릎부상 조심하며 꾸준히 연습 또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