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연휴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의 일이다. 여행의 피로로 숙면을 취한 후 느지막히 눈을 떴는데 천장에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치 하늘을 나는 익룡 프테라노돈을 닮았다. 천장이 젖어들고 있었다. 급히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관리사무소에서 와서 누수가 되고 있는 원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급수를 중단시키고 스프링쿨러를 잠그고 누수가 더 번지지 않는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하루가 지나도 누수 부분이 더 번져가자 이번엔 윗층 윗집을 방문해 보시더니 원인을 찾았다. 안방 베란다에 화초를 많이 키우시는데 물을 주고 수도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물이 넘쳐흘렀다는 것이다. 아무리 물이 넘쳐 흘러도 그렇지 아래층까지 흘러내려왔을때는 어딘가 벽에서 틈이 있거나 벌어진 곳이 있는 것 아닌가 제대로 누수 공사를 해 줄 것을 말씀드렸다.
하지만 윗집에서는 보험을 들어놓지 않으셨다면서 비용을 지불하여 액션을 취하는 것에 큰 난색을 표하셨다. 우선은 잘 말려보라고...
이런 일을 처음 겪는 나로서는 당황스럽고 마음이 힘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최악의 사례들이 나와서 큰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블로그 글들이 많았다. 정말 이대로 말려도 되려나? 천장 안쪽의 석고보드가 물먹어 썩는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1달여쯤 지나자 벽에서 곰팡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천장은 아무일 없었던 듯 감쪽같이 잘 말랐다. 그래도 다른 문제가 더 나타날 수 있으니 기다린 기간이 5개월. 벽의 곰팡이 외에는 다른 하자가 나타나지는 않아 오늘 드디어 안방 벽지 한면 도배를 했다.
우리집 인테리어를 해주신 진접 엘지 인테리어에 문의했더니 벽한면에 15만원이라고 하셨다. 혹시나 해서 도배전문 업체에 견적을 물었더니 30만원을 부른다. 윗집 누수관련이라고 말하니 보험처리할 거면 좀 더 얹어줘야 한다고 했다. 함부로 블로그 보고 아무 업체에나 맡기면 안되는 일인 것 같다.
5개월 마음 한켠 찜찜했던 누수도배가 마무리되어 한시름 놓았다. 곰팡이의 크기를 바라보며 이정도는 그냥 넘어가야 할지 도배요청을 해야할지 고민했고 윗집 아주머니를 만나면 이웃임에도 반갑지가 않고 껄끄러웠다. 윗집에서도 도배비용을 지불하며 앞으로는 더 좋은 이웃으로 지내자는 메시지를 주셔서 감사했다.
이 일을 계기로 아파트 누수 관련 보험을 들어야 하나 고민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