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문득 문득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오르지만 어디 마땅히 표현할 곳도 없어 그냥 삭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럴때마다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동료가 있다.
일하는 짬을 내서 잠깐 정원산책이라도 가자며 굳이 나를 일으켜세운다. 해야할 일이 많은건 누구나 같은데 그 소중한 시간을 나를 위해 선뜻 내어주는 사람이다.
친구를 따라 정원을 나선다. 친구는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심어놓은 상추가 잘 자라지 않아 속상하다면서도 아주 작은 들풀의 이름도 알고 있거나 궁금하면 찾아본다. 돌연 들풀과 들꽃을 뜯어 예쁘게 묶더니 나에게 건넨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꽃다발은 결혼 부케이후 처음인 듯 하다. 작은 들풀 꽃뭉치 한다발이 눈물나게 위로가 된다.
들풀꽃다발은 금방 기운을 잃고 고개를 숙여 쳐진다. 종이컵에 물을 담아 영양제 방울까지 흩뿌려 담아 건네준다. 내 공간 모니터 뒤쪽 창가에 두었는데 하루가 지나도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도 나에 대한 작은 응원인듯 느껴진다.
사랑은 나의 시간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이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의 인생에서 시간만큼 귀한 것이 없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사람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돈이나 선물, 다양한 혜택들 이런 것들이 아니다.
밥먹을까요? 차마실래요? 시간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는 사람. 너 괜찮니? 어떻게 지내니? 전화나 메시지로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 나를 위해 1분 1초라도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이 예쁜 후배이자 친구는 나를 위해 조퇴를 해가며 낮술을 사주고 업무중 틈틈이 시간날때마다 전화나 메시지를 보낸다. 또 이렇게 산책이라도 하자며 자신의 시간을 쪼갠다. 참 고맙고 고마운 사람이다.
이렇게 허투루 수많은 시간을 보낸 후에 이제야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니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더 선명하게 시야에 보인다. 나도 그렇게 참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