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친정인 전남 광양에 부모님을 뵈러 다녀왔다. 아이 하교후 출발하니 한참 막힐때여서 광양까지 무려 7시간이나 걸렸다. 명절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친정에 내려가면 항상 인근 어딘가를 들러보고 맛집에서 밥을 먹는다. 이번에는 구례로 향했다.
부모님께서 맛집이라고 가보자 하셨던 강변맛집. 낙지코다리찜, 갈비코다리찜을 시켰는데 정말 내 입맛에 딱이었다. 정신없이 먹고 국물에 밥비벼먹고 우동사리 넣어서 비벼먹고 간만에 맛집다운 맛집이었던 듯 하다.
부른 배도 꺼뜨릴 겸 인근 천은사로 향했다. 천은사에는 바로 앞에 저수지와 둘레길이 있어 산책하기 좋았다. 가족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숲길을 걸었다. 아이들은 소원을 비는 메모를 써서 달고 저수지 물결과 바람을 마주하고 빙수로 더위를 식혔다.
아버지가 20살에 이곳 천은사에 오셨다고 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시기 직전에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시려고 입구격인 천은사에 와서 잠깐 쉬셨던 기억을 떠올리셨다. 나도 이십대의 아버지. 55년 전의 아버지. 한참 빛나고 맑으셨을 우리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나의 이십대가 아득하듯 아버지의 이십대를 나는 알지 못하지만 참 싱그럽고 멋지셨을 아버지를 상상해본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다. 소소히 아픈데도 있고 속상한 일들도 있지만 여전히 평화롭고 큰 걱정 없으니 감사할 일이다. 그중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는 것이 가장 감사하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