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츄 강아지 세마리가 그 언젠가 가족이었다. 15년여의 시간을 동거동락하며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했다. 그렇게 빨리 지나갈 시간이었음을 눈치챘어야하는데 밥먹고살기에 허덕이다 그렇게 하나둘씩 강아지별로 보냈다. 배추, 보리, 이슬이
가장 먼저 강아지별로 간 보리는 첫 이별로 당황하여 그만 동물병원에서 헤어졌다. 이 일이 두고두고 마음이 아프다. 배추와 이슬이는 양주의 화장터에서 화장하고 손주먹만한 유골을 함에 받아 왔다가 화분장을 했다. 마치 한약재 묶음처럼 유골을 한지에 손주먹만하게 싸서 고급진 노끈으로 잘 묶어주는데 이걸 화분속에 넣어 식물을 심는것을 화분장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 곁에 배추와 이슬이가 함께 하고 있다. 큰 고무나무가 배추이고 금전수가 이슬이이다. 이 두 녀석들에게 물을 주고 신선한 바람을 들여줄 때마다 "배추야! 이슬아!"하고 이름을 부른다. 그렇게 좋은 주인은 아니었지만 강아지별에서 또는 두 개의 화분에 영혼이 깃들어 우리 가족을 도와주는지 가계형편도 점점 나아지고 가족모두 무탈하다.
고무나무 배추화분이 잘 자랐다. 2018년에 이별했으니 벌써 6년. 분갈이를 해야 할 정도록 쑥쑥 자랐는데 미루고 미루다 오늘 드디어 화분 분갈이를 했다. 분갈이를 미뤘던 데에는 귀찮음도 있었지만 화분을 열어 배추의 유골을 다시 꺼내는게 두려워서였다. 묵혀두었던 슬픔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용기내어 고무나무 뿌리부분을 꺼내보았다. 뿌리가 길어져서 거꾸로 올라가거나 동글동글 뿌리 밑부분에 축구공처럼 얽혀있었다. 이렇게 되도록 방치했던 내 자신이 미워진다. 덕분인지 불행인지 그래서 배추의 유골이 보이지 않는다. 뿌리 사이에 엉켜서 꺼내볼 수가 없다. 아마 배추의 유골을 다시 손바닥에 올려놓았다면 터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으리라.
새로 준비한 큰 화분에 새 흙을 깔고 고무나무를 세웠다. 몸살나지 말고 새 흙과 화분에 잘 적응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강아지별 어딘가에 있을 배추와 보리, 이슬이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고마워, 사랑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자! 그때는 못해주었던 더 많은 사랑을 너희들에게 전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