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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가난, 안온

오늘만산다! 2024. 9. 26. 18:47

가난에 대한 책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손이 간다. 그 가난을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을 알지 못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그런 가난을 겪고 사는 학생들이 있을지 몰라도 알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부자 나라가 되어서 굶어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었다 한다. 요즘 세상에 누가 굶는 사람이 있냐고 한다. 하지만 법과 규정의 사각지대에 있는 누군가는 이 저녁 한끼를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간접 경험을 해도 그 가난의 고통을 알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절절했던 가난의 기록을 가슴아파 했다. 교사는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만 노동자의 그 흔한 부당해고 위협을 받아보지 않았던 노동자였다. 최근 들어 학부모들의 극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로 해고 위협을 받으면서 직업유지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기는 하다. 비교적 편안한 삶을 살아왔으니 가난의 고통을 내 동료들은 대부분 모른다.

나는 가난하면 달걀이 떠오른다. 아이 이유식에 넣을 달걀한알이 절절히 필요했다. 달걀을 한개만 팔아주었으면 했다. 이런 이야기는 예전에 윤준가 작가의 (대체로 가난해서)를 읽으며 적어놓은 기록이 있다.

이제 더이상 가난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때의 가슴 절절한 마음이 떠올라 서글프다. 그리고 아직도 가난에 대해 말할때 용기를 내어야만 한다는 것도 그렇다.

p.67 백석 시인 (흰 바람벽이 있어)
나는 이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100여년전 백석시인이 내마음과 같았구나.

안온 작가님이 앞으로 계속 더더욱 안온하시길 바래본다. 자본주의의 극에 치닫는 현실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조금 덜 지치며 살아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