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한 서른쯤 되었을 때인 것 같은데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명성산을 올랐다. 2코스의 험난한 길을 올라 펼쳐진 장대한 억새밭을 바라보며 감탄을 연발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아이를 어느정도 키워놓고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지금. 다시 명성산을 올랐다. 무려 20년만이다.
궁예가 왕건에게 쫒겨 포천 명성산에 올라 여기서 삶의 마지막을 맞이 했다는 곳이다. 궁예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자 온산이 함께 울었다는 산이다. 궁예는 관심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알아챘다는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챌수는 없었나보다. 살아가다 보니 내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게 가장 중요한 힘이다. 아무튼 그래서 산 이름이 명성산이다. 나도 어느 억새풀 숲 사이에서 목놓아 울고 싶어진다. 그렇게 억새풀이 좌우로 가득가득하다.
10시 즈음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고 등산로 바로 앞에 있는 상동주차장은 만차였다. 조금더 500미터 정도 나가다보면 임시주차장이 있어 편하게 주차했다. 등산객이 몰리는 10월에는 10시 이전에 도착하길 추천한다. 아니면 주차공간 찾느라 힘들수도 있겠다.
올라갈 때는 2코스 험난한 코스로 등반하고 하산할때는 완만한 1코스로 내려왔다. 10시 등반 11시 30분 억새풀밭 도착 30분간 경치 감상하고 놀다가 12시 하산 시작 2시 주차장 도착했다.
20년 전에도 2코스로 올라가 1코스로 내려왔다. 가장 가성비 좋은 코스라 생각한다. 2코스는 엄청난 경사로이다. 평소 운동을 좀 했다면 편하게 오를수 있고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악마의 코스로 기억될 수 있겠다.
그렇게 도착한 억새풀이 장관을 뽐내는 그곳.
하늘은 예쁘고 억새풀은 넘쳐나고 억새풀 옆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사랑스럽다.
내 마음 속에 저장된 참 아름다운 경치의 명소 몇군데 중 하나이다. 이제 아이도 자라서 더 이상 함께 다니지 않아도 되니 매년 10월에는 명성산을 한번씩 등반하는 계획을 세웠다.
자꾸만 우울한 마음이 든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휘저을때는 그냥 오늘만 살아야 한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걸었고 멋진 풍경을 보며 함께 보면 좋았을 누군가를 떠올렸고 오늘이순간의 나를 기록했다. 그거면 된거다. 오늘도 나는 잘 살았다.
하산하며 포천 이동막걸리 2병을 사서 두부김치와 함께 이른 저녁을 대신한다. 이게 바로 행복이고 기쁨이지. 더 깊이 생각하지 말고 오늘만 살자.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