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2. p. 356
"모든 부모가 그렇듯 그도 아이들이 자기보다는 좀 더 쉽게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랄 뿐이지만 세상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다. 심지어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그는 눈을 감고 한나의 말이 맞는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 좀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끊임없이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삶이다. 임신사실을 알게된 그 순간부터 무려 15년간 계속되어 오는 나 자신에 대한 물음이다. 그러던 중 결국은 아이에게 지속적인 조언이나 훈계, 잔소리보다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 나 자신이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는 초등학교때 엄마를 자랑스러워 했다. 그랬던 것 같다. 같은 학교에서 나는 가르치고 아이는 공부했다. 학교에서 아이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아는 척 하지 말라고 단도리 했더니 어느날은 "엄마인데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라고~"하면서 통곡했던 날이 있었다. 홍길동의 한부분 서사를 썼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랬다. 엄마가 항상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줘서 참 좋았다고. 코로나로 교권붕괴로 힘든 나날이었지만 아들의 한마디에 살아갈 힘을 얻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교사다.
중학생이 되자 내가 아이들 위해 해줄 수 있는건 아침과 저녁의 두끼 밥상을 잘 차려주는 것, 아이의 학원비와 용돈을 잘 챙겨주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 급작스레 말수가 줄어들고 반항조로 이야기하는 아이가 버거웠다. 아이가 나를 더 이상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름 어렵던 시기를 거치며 방향을 정한 곳은 나 자신이었다. 더이상 아이에게 연연하지 말고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 직장생활은 아이 학원비를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퇴근 후에는 열심히 운동한다. 나태하고 느슨한 엄마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아이가 보기에 큰 명예와 인기, 부를 갖추지는 못했더라도 '우리 엄마, 참 훌륭한 사람이야. 노력하는 사람이야. 멋진 분이야'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나 자신에 집중하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도 소소한 일상을 참 열심히 한다. 주말 밀린 집안일도 즐겁게 열심히 하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한다. 탄핵을 마무리한 다음날의 소소한 일상이다. 아이에게 창피하지 않을 인간으로 살아간다면 내 삶도 참 잘 살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