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 표지의 이 문장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은 채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일 술을 마시지 않으려면 오늘 만취해서 속이나 머리가 아파야 먹지 않을테니 오늘도 또 마시자라는 뜻이다.
술에 관한 책으로는 단연 권여선 작가님의 "오늘뭐먹지?"를 꼽게 되고 술에 관한 책을 읽고 나면 꼭 술이 마시고 싶어져서 절제가 필요한 나같은 애주가에게는 읽기가 조심스러워지는 책이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안주에 술한잔 하고 싶어진다.
축구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술도 잘 마시는 우리의 김혼비 작가님. 술을 좋아하고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끝이 없이 나올만한 애주가에게 즐겁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좋은 에세이다. 작가님이 자신이 배추 또는 김치라고 주장했던 학창시절 백일주 이야기, 술마시고 택시기사님 옆에서 레이싱 게임을 했던 이야기, 스위스식 폭탄주를 마시고 귀가하던 장면에서는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읽었다.
그 중에서도 택시기사님과의 에피소드가 인상에 남았던 것은 참 따뜻한 시선으로 술취한 사람을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술취해서 옆에서 운전방해를 하는 사람이 싫었을터인데 노래방기계 돌려주고 힘내라고 문자로 답해주는 택시기사님. 힘든 마음 술한잔으로 달래려는 사람들을 이해하신다. 사실 술꾼들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습관적으로 마신다고 요즘은 생각이 들지만.
결국 드는 생각은 술을 끊어야 한다. 좋은 술 그동안 많이 마셨으니 아무리 좋은 추억이 많은 술이라도 이젠 끊어내야 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