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다이어리에 썼던 글을 블로그에 다시 옮깁니다.)
나에게 독서는 삶의 돌파구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힘들어 숨죽여 울고 있을때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려울때 묵묵히 책을 들었다. 가슴속의 슬픔을 꾹꾹 눌러가며 책장을 넘겼고 더이상 참을 수 없을 때에는 책속의 어느 장면에 멈춰서 깊은 울음을 터뜨렸다.
어린시절에도 마음이 힘들었던 나는 혼자있고 싶을때 책을 펼쳤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는 아이에게는 말을 잘 걸지 않으므로.
본격적으로 책을 읽었던 것은 나이 마흔에서 였다. 중년에 찾아온 어려움은 삶을 포기하고 싶게 했다. 이런 나를 다잡아줄 어떤 방법을 알고 싶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때 손에 들었던 것이 책이었다. 천명관, 성석제, 공지영의 소설을 대표적인 한국문학을 줄기차게 읽었다. 근현대의 한국인들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지금의 나의 어려움은 어디 댈 수도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힘든 사람도 있는데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고 신념을 잃고 배신을 당하는 수많은 사람들, 목숨까지 잃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까짓 나의 어려움은 고난축에도 들지 않았다. 한국문학을 통해 나는 다시 나의 마음을 다잡았고 다시 힘을 얻으며 용기 낼 수 있었다. 나는 춘희처럼 자식을 잃었는가?(성석제, 고래 중에서) 나는 동구처럼 누이를 잃고 평생 나자신을 원망하며 살았는가?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중에서) 나는 단지 돈과 사랑을 조금 잃었을 뿐이었다. 나의 처지는 수많은 세상사람들의 어려움에 비하면 주먹을 빠져나가는 모래한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망에 빠져있을때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다면 읽어야 한다. 무엇이든 닥치고 읽어야한다. 소설도 시도 자기계발서도 역사책도 뭐든 좋다. 하다못해 신문 기사도 좋다. 읽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올해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황보름 작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도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인생의 한발을 내딛을 준비를 한다.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든다면 내 인생이 충분이 슬프고 어렵다면 손까딱하기 싫도록 무력해진다면 내가 우울증 증상이 있다면..
이 사회와 문화가 나에게 책임지게 하는 수많은 요구들을 억지로 억지로 해 내는 것을 멈추고 책을 읽으면 된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이 내려준 최고의 인간을 위한 약 한알은 바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