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묵었던 숙소는 강릉관광호텔이다. 작년에 강릉시내와 멀리 떨어진 탑스텐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가 호텔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고생을 넉넉히 했던 기억이 있어서 단오장과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했다. 강릉역과도 가까워서 택시요금 4500원 정도에 도착한다.
2성급 호텔이라는데도 굉장히 깨끗하고 숙박비도 참 착하다.(조식포함 15만원) 아이도 시내에서 돌아다니기도 편하고 다른 호텔보다 깨끗하고 공간도 넓어 만족한다 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객실내에 테이블이 없어 포장해 가져간 음식을 놓고 먹기가 조금 불편했고 변기와 세면대가 따로 떨어져 있어서 왔다갔다 하는게 어색했다는 정도?
다음 강릉 여행에 재투숙 의사가 있다.
둘째날에는 오전에는 전통혼례를 관람했고 점심에는 안목해변에서 바다바람 맞고 파도에 발을 적셨다. 커피콩빵에 커피도 마시면서 바다멍을 했다. 오후에는 홍제동 농악대 공연을 보고 축원굿 하는 것을 관람했다. 근처 골목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밥집을 찾아 이른 저녁도 먹고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전통혼례는 작년에 결혼한 진짜 부부가 전통혼례 시연을 했는데 신랑과 신부가 참 반듯하고 예뻤다. 혼례식이 끝난 후에는 떡과 술을 나눠주었는데 다른 공연과 다르게 관람만 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이 없어 아쉬웠다.
홍제동농악대 공연도 유명한 공연팀이 아니라 강릉에서 농악대의 명맥을 이어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공연하시는 거라 '우와'하는 탄성이 터져나오는 명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40분 가까이 되는 무대를 땀을 뻘뻘 흘려가며 보여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은퇴후 풍물을 해보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 소모량과 운동량이 많아 보였다.
단오제에 왔으면 끊임없이 쉼없이 진행되는 단오굿을 꼭 봐야한다. 무형문화재 이수자들께서 단오제가 진행되는 열흘간 쉼없이 굿을 보여주신다. 이번에 관람한 것은 축원굿이었는데 자식의 안녕과 복을 위한 축원을 드린다. 무녀도 무녀지만 고수가 장구장단을 쉼없이 치고 무녀와 노래를 함께 하는 데 귀까지 새빨개지고 땀을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람객들 중에서는 직접 제단에 절을 하고 종이를 태워 날리며 기도를 드리기도 했고 무녀와 고수에게 지폐를 찔러 끼워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아들래미 창포물에 머리감기 체험을 하고 강릉단오제 여행을 마무리했다.
창포물로 직접 머리를 감겨주시고 머리도 말려주신다. 체험비는 3000원이다. 아이들은 유난히 예뻐하시며 감기시면서 덕담을 해주신다. 창포물로 머리 감았으니 한해 건강하고 훌륭하게 잘 성장할거라고 하신다.
단오제는 옛어른들이 그러했듯 더운 여름을 시작하기 전 한참 지쳐가기 직전에 나자신의 한해 삶을 돌아보고 기도하게 한다. 23년의 절반을 지나가고 있는 이순간 나는 너무 오만하거나 나태하지는 않았는지 신앞에 경건하게 뉘우치고 다시금 희망과 소원을 빌어보는 그런 자리인 듯 하다. 남은 6개월도 힘내서 더 의미있게 살아보겠다.
내 삶의 참 의미있는 여행이 생겼다. 맛있는거 먹고 쉬고 누군가에게 자랑하려고 여행을 가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다녀오면 피곤한 그런 여행이 아니라 다녀오고 나면 생각이 깊어지고 삶에 대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그런 진정한 여행이 나에겐 단오제 여행이 아닌가 싶다. 내년 단오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