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한 서른쯤 되었을 때인 것 같은데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명성산을 올랐다. 2코스의 험난한 길을 올라 펼쳐진 장대한 억새밭을 바라보며 감탄을 연발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아이를 어느정도 키워놓고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지금. 다시 명성산을 올랐다. 무려 20년만이다. 궁예가 왕건에게 쫒겨 포천 명성산에 올라 여기서 삶의 마지막을 맞이 했다는 곳이다. 궁예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자 온산이 함께 울었다는 산이다. 궁예는 관심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알아챘다는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챌수는 없었나보다. 살아가다 보니 내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게 가장 중요한 힘이다. 아무튼 그래서 산 이름이 명성산이다. 나도 어느 억새풀 숲 사이에서 목놓아 울고 싶어진다. 그렇게 억새풀이 좌우로 가득가득하다...